전통 악기

친환경 재료를 활용한 전통 악기 제작 시도 — 지속 가능성과 예술의 만남

vita-find-1 2025. 10. 6. 10:39

친환경 재료를 활용한 전통 악기 제작 시도
친환경 재료를 활용한 전통 악기 제작 시도

 

지속 가능한 재료의 중요성 — 전통악기 제작과 환경 부담

전통 악기는 자연 재료(나무, 가죽, 금속, 천 등)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며, 그만큼 제작 과정은 환경 변화와 자원 고갈, 탄소 배출 등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예컨대 울창한 숲에서 자란 단단한 목재의 벌목, 가죽 처리 시의 화학물질 사용, 금속 악기의 제련과 주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오염 등은 전통과 미학만으로 풀기 어려운 환경적 부담을 동반한다. 이러한 문제들이 심각해지면서, 제작자 및 연구자들은 전통 악기를 미래 세대에도 지속 가능하게 이어가기 위해 **친환경 재료(Eco-material, 지속 가능 소재)**의 사용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나무 대신 빠르게 자라는 대체 목재, 폐가죽이나 가죽 처리 잔여물 재활용, 금속 제조 공정의 환경 개선 등이 이러한 노력의 일부다. 지속 가능한 재료 선택은 전통 악기의 음색, 내구성, 미적 가치와 직접 연결되므로, 단순히 비용 절감이나 환경 보호의 목적을 넘어 기술적·예술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대체 목재 및 재생 목재 활용 사례 — 나무 소재 혁신 

전통 악기의 나무 몸체는 울림, 공명, 감촉에 큰 영향을 주는 핵심 요소다. 그러나 오래 자란 참나무, 향나무, 오동나무 같은 목재는 벌목 규제, 산림 보호, 자원 희소성 등으로 얻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이에 대체 목재 또는 재생 목재를 활용한 제작 시도가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빠르게 자라면서도 밀도와 결이 음향적으로 우수한 대나무(Bamboo) 혹은 재활용 목재(pallet wood, reclaimed wood) 를 몸체 소재로 사용한 실험적 악기 제작이 있다. 대나무는 지속 가능하고 탄소 흡수율이 높으며, 무게 대비 강도가 좋아 경량 악기 제작에 적합하다. 재생 목재의 경우, 건축 폐자재나 오래된 가구에서 나온 목재를 제재하여 건조 처리, 살균 및 표면 정리 과정을 거쳐 악기 몸체나 공명판 등에 활용한다. 이러한 목재들은 자연 목재에 비해 수축 팽창률이 다르거나 결이 고르지 않은 경우가 많아, 제작자들이 대패질(polishing)과 건조(drying) 처리, 내부 두께 분포 조절(thickness gradient) 등을 과학적으로 보완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일부 공방에서는 습도 변화에 따른 변화량을 측정해 제습·보관 방법을 개선하고, 이러한 데이터를 축적하여 재생 목재의 음향 특성을 체계화하려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천연 및 재생 가죽 사용과 가공법 변화 — 가죽 친환경 처리 

가죽은 많은 전통 북 악기나 양면 타악기에서 필수적이나, 가죽 처리 과정에서 환경 유해 화학물질(연화제, 염료, 탈취제 등)의 사용이 문제 된다. 최근에는 동물 가죽 사용을 줄이거나, 더 친환경적으로 가공하는 방식이 시도되고 있다. 예를 들면, 폐가죽(leather off-cut) 혹은 가죽 공정의 잔여물을 재활용하여 소가죽이나 말가죽 등의 흔적을 줄이는 방식, 또는 단순한 천연 염료(natural dyes)와 무독성 탈취제를 사용하여 가죽 냄새 및 인체에 해로운 화학잔류를 최소화하는 방법이 있다. 또 한편에서는 생분해성 합성 소재(bio-synthetic leather 또는 식물성 가죽(예: 코르크 가죽, 버섯 균사체 가죽 등))을 이용하여 기존 가죽 특성을 흉내 내면서 친환경성을 높이는 실험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대체 재료들은 원래 가죽이 가진 장력(tension), 두께(thickness), 표면 거칠기 및 반사율(reflectivity) 등을 정밀하게 조정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전통 가죽 처리 기술(수축, 건조, 당김)과 현대 재료 과학(material science)의 혼합이 필요하다. 또한, 가죽이 아닌 대체막(material membrane)을 사용하더라도 음색(timbre)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실험적 샘플 제작과 평가가 필수적이다.

 

금속 및 마감재의 친환경 제련과 코팅 기술 — 금속 친환경제 

금속 악기(예: 꽹과리, 징, 제명악기 등)의 제작에는 금속 합금의 제련, 주조, 연마, 코팅 등의 과정이 동반된다. 전통적으로 구리, 주석, 주철, 합금 등이 사용되며, 표면 마감(surface finish)에 대해 은도금, 니켈도금, 스프레이 코팅 등이 쓰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마감재 중 일부는 유해 중금속이나 VOCs(휘발성 유기 화합물)를 포함하고 있고, 주조 시 발생하는 연/SO₂ 등의 대기 오염 물질도 문제다. 따라서 최근에는 재활용 금속(recycled metal) 사용, 무독성 합금(non-toxic alloy) 혹은 합금 배합을 조정해 유해 소재 함량을 낮춘 금속 개발, 그리고 표면 처리에서 친환경 코팅(ecological coating, water-based coating, powder coating, 무용제 바니시 등) 기술을 사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스프레이 기반 유기 용매 대신 수용성(water-based) 무독성 코팅제를 사용하거나, 자연 유래 광택제(natural lacquer)나 옻칠(한국 옻, 일본 우루시 등)과 같은 전통 마감재를 현대적으로 정제하여 사용하는 방식이 재조명받고 있다. 금속의 제련 또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기로 furnace 기술이나 재생 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금속 악기의 환경 영향을 줄이는 이러한 변화는 소리의 품질 유지와 장인의 기술 보존 간의 균형을 요구한다.

 

사례 연구: 국내외 친환경 전통 악기 실험과 앞으로의 방향

친환경 재료를 실제로 전통 악기에 적용한 구체적인 사례들도 등장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버섯 균사체(mycelium) 기반의 드럼패드 재료 실험, 대나무 또는 재생 목재를 사용하는 악기 브랜드, 식물성 가죽(코르크 가죽, 버섯 가죽) 탬버린/보우 형태 악기의 개발 등이 보고되었다. 국내에서도 일부 공방에서 폐가죽을 사용한 북 제작 또는 재생 목재를 활용해 공명판이나 몸체를 제작하는 실험이 있다. 또한, 전통 마감재로 옻이나 천연 옻칠을 정제하여 금속 악기 표면 처리에 적용하려는 시도도 있다. 교육기관이나 문화재 복원센터에서는 이러한 친환경 재료 실험을 통해 합리적 대체재의 표준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미래 방향으로는, 친환경 인증 시스템(ecolabels for traditional instruments) 구축, 재료 과학(material science)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예: 목재 밀도, 가죽 탄력, 금속의 공명 특성 등), 그리고 **사용자 참여형 혁신(user-centered design)**이 핵심이다. 생산자 뿐 아니라 연주자, 음향 전문가, 환경 과학자 등이 협업하여 실용성과 지속 가능성, 예술적 가치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악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사회적 수요와 환경 규제, 소비자 윤리(consumers’ ethics)의 변화도 이 흐름을 가속하고 있다.

 

 

친환경 재료의 활용은 전통 악기의 제작에 있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지속 가능한 목재, 재생 가죽, 친환경 금속 및 마감재, 대체 합성막 등 다양한 소재 혁신이 이뤄지고 있으며, 실제로 실험 및 적용 단계에 있는 사례들도 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 변화가 전통악기의 본연의 음색과 미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환경적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앞으로 전통 악기 제작은 지속 가능성과 예술성의 조화, 기술과 자연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경지를 열어갈 것이다.